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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묵은 때 처럼
젬젬  2006-02-07 01:17:09, 조회 : 912, 추천 : 144


우리동네엔 아주 오래된 목욕탕이 한 집 있다.
내가 결혼을 하기 훨씬 전 부터 수봉목욕탕이란 간판을 걸고
했으니 삼십년도 훨씬 지난 오래된 집 이다.
대부분의 도시가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야금야금 도시같은
모습으로 탈 바꿈 했듯이 그 목욕탕이 들어선 곳도 미나리를
심어 가꾸던 미나리깡 이라 불리던 자리였다. 목욕탕건물 주변엔
실개천 같은 개울이 흐르고 맞은편 언덕엔 봄이면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한입 가득 베어 문 참맛같은 배꽃 향기가 봄 날을 어지럽히곤 했었다.

우연처럼 내가 살집을 마련 한 곳도 그 목욕탕과 가까운 거리에 마련을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그곳을 이용하게 되였다.
요즘이야 시설도 좋고 취향대로 즐길수 있는 찜질방을 곁들여서 하는 곳이
많아 그런곳을 이용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된 친근함과 또 어쩌면
이웃집 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이름에서 오는 살가운 정 때문에 그곳을
나 처럼 가는지도 모를일이다.

손님이 뜸한 여름철 몇번의 내부수리를 거쳤지만 특별하게 달라진건 없고
늘 ㅡ 같은 내부구조와  익숙해진 탕안의 열기는 문열고 들어설때마다 기분 좋게
온 몸을 감싸안는다. 낮익은 얼굴도 만나고 삼삼오오 짝지어 오는 분들은
그들만의 사랑방처럼 일상적인 이야기꽃도 피우고 서로 등도 밀어주는 아름다운
우리네 만의 따뜻한 풍경도 목욕탕에선 흔히 볼수 있는 일이다.
내가 목욕탕을 다니며 가장 부러워 한것은 모녀가 같이 와서 정답게 서로
등을 밀어주고 하는걸 보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딸을 둔 엄마가 참으로
위대해 보이고 딸과 함께 하는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내가 아무리 느껴보려고
해도 어떤 느낌인지 감조차 잡을수 없고 보니 더,더욱 부럽고 때론 야릇한 시기심 닽은
질투를 느끼기도 하였다. 그럴때 마다 혼자 궁시렁 거리는 소리는 신은 불공평하다는
억지 같은 것을 같다 붙이기도 하고 며느리가 들어오면 나도 딸처럼 같이 다녀야지
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바램이지  며느리란 이름표를 달아준지도 어언 일년이 다 되어
가지만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한다거나 목욕탕을 같이 가본적이 없어 아직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아무것도 알수가 없다.

지난해 유럽 여행중 로마에 갔을때 그곳은  공중목욕탕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 조항을 만들어 놓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로마시대 기원전 2세기부터 비롯된 목욕 문화는 서기로 넘어갈 무렵엔 대중화 되어 각종 편의 시설과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어 로마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을 했으며 아무리 작은 마을 이라도 공중목욕탕이 있고 2세기 이후엔 무려 1000여개로 늘어났다는 숫자만 봐도 로마인들이 얼마나 목욕을 즐겨 했는지 알수가 있다. 박물관을 돌아보며 화려하고 고급스런 욕조를 보면서 상상만으로도 로마의 목욕문화가 번성을 했었는지 짐작이 갔다. 훗날 로마가  망한 이유는 목욕탕과 여자와 포도주라는 말이 있다. 로마가 또 다시 목욕탕으로 망하지 않으려면 목욕탕 부터 없애야 한다는 관념적인 생각에서 비롯됐을 거라 생각하니 오늘날 우리나라의 목욕탕 시설이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몸 를 씻기 위함이 아닌 시설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꼭 휴식 취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호화스럽게 치장을 해야만 하는지 그런 시설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이용 하는 나 자신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이 서너살무렵부터 남편은 주말마다 애들을 데리고 목욕탕을 다니곤 했다.
허지만, 애들은 목욕탕 가는 날 만큼은 전쟁아닌 전쟁같은 소동을 벌이곤 했다.
애들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유는 솥뚜껑만한 손으로 잔등을 다 벗겨 놓아 아파서
안간다는 거였다. 연약한 피부는 살살 문지르기만 해도 아플텐대 때를 벗겨 낸다고
힘을 주어 밀었을 테니 아이들이 소동을 부리고도 남을 만하다. 그런후엔 으례히
음료수를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 같이 가곤 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목욕탕 같은 문화적인 감각을 느껴본다거나 때 맞추어 목욕을  
하는것은 나와는 아주 먼 일이였다. 고작 여름철 함석통에 물을 붓고 더워지라고
낮에 퍼 놓은 물로 밤중에 등목을 한다거나 통에 들어 앉아 검둥개 멱 감듯이 해도
그 상쾌함이란 아주 즐거운 느낌이였다. 그런 호사같은 등목도 여름철에 한정된 것이고
겨울엔 섣달 그믐께 날잡아 하는 특별한 목욕은 언니와 내가 부엌 아궁이 앞에서
소름이 돋고 잇빨 부디치는 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벌벌 떨면서 하는 목욕은 목욕이라기
보다는 설 쇠기 위한 의식같았다. 아침부터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물 을 데우고
나면 부엌 시렁너머 창문살 틈으로 달아나는 연기는 창문살 수 만큼 히뿌연 기둥같은
빛이되어 남아 있기도 하고 햇살이 들어오다 흠칫 놀란듯 하기도 했던 그 매케함 까지
아릿한 그리움으로 이렇게 남을줄이야.....

이젠  애들도  다 커서 남편도 목욕탕을 혼자 다닌다. 시간이 되어 나와 함께 가는 날은
몇 시간 후에 목욕탕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는 잔 재미도 세월의 묵은 때 처럼 늘어난다.



가울목
애잔한 어린시절 영상으로
눈물인지..안갠지.. 희뿌옇게
뭉클뭉클 그리움으로 되살아 납니다.
12-02
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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