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젬
|
2006-03-20 16:53:50, 조회 : 807, 추천 : 139 |
"우린 언제쯤 백만원을 통장에 넣어 두고 넉넉하게 쓸수 있을까?"
하며 숫자 1과 0 을 세어보며 꿈 처럼 부러워 했던 적이 있었다.
남편의 월급이 그 숫자에 못미치던때 백만원이란 액수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였으며 일년을 꼬박 모아 채워지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큰 부자가
된양 부러울것이 없었다.
"백만원" 누구에게든 작은 돈은 아니다. 한달을 성실하게 근무해야
손에 받아들수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하루에 그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쓰는 건
모으는 사람과 쓰는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지기에 나뉘어지는 행복도
다, 다를것이다
친정 엄마 방 삼단 서랍 맨 첫번째는 언제나 하얀봉투가 있었다.
천원짜리도 있고 오천원권,만원권도 있었으며 하얀 수표도 몇장 섞여 있는걸 본적이 있었다.
"백만원을 만들려고 하니 참 힘들다" 시며 근근이 모으신 용돈을 엄마는 언제나 처럼 백만원 단위로
묶어 모으시곤 했다. 백만원이 모아지면 당신을 위해 단 한푼도 쓰신적이 없고 슬그머니 큰오빠 앞에
내 놓는 일이 당신 삶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 처럼 위안을 삼으셨는지도 모른다.
몇번째인지 모를 백만원을 모으기 위해 엄마의 힘줄인양 세어보고 또 세워보고 팽팽하던 고무줄이
느슨하게 늘어난 것 처럼 쉽게 줄어들지 않는 숫자에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애태우셨을까?
난 용돈이라는 걸 드려본지가 언제였는지 모른다. 가끔 뵈러 가면 드실 수 있는걸 사다 드리곤 했을뿐
엄마의 돈 모으기에는 결코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하는 것 조차 네겐 못마땅한 일로 여겨질 뿐이였다.
"엄마 돈 모아서 뭘 할건데 그렇게 모으세요"? 물으면 알듯 모를듯 한 웃음으로 당신 가시는 길에
조금이나마 보태쓰라고 모아 두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핀잔만 드리곤 했다.
그돈이 백만원으로 채워진것이 설이 지난 후 였는가 보다. 백만원이 엄마 삶의 목표인양 살아오셨을 날들.
백만원이 채워지자 더 이상의 의미가 엄마께는 없으셨나보다. 그리고 삶의 끈 을 놓아버리신 엄마.
긴 여정의 허무와 서러운 유산으로 남겨진 지폐는 돈이라기보다는 엄마의 혼이 깃드려진 분신같았다.
안개가 토해놓은 울음을 삼키며 가신 엄마는 마리아 할머니로 다른 세상의 그분과 만나셨을까? 한줌의 재로 아버지와 큰오빠곁으로 돌아가신 엄마. 며칠 후 가 엄마의 생신이라 마지막이 될지 몰라 정성으로 차려드리려고 언니랑 의논을 했었는데.......
노환중이시라 내가 카메라를 가져가도 파인더속으로 들어오는 엄마의 얼굴이 가슴저며 차마 담아올수가 없었다.
늘 안으로만 한 을 삭이며 살아오신 엄마의 굴곡 많았던 언덕 그 굽이굽이마다 힘들어 지치셨을건만 엄마는 흔들리거나
굽힘 같은건 찿아볼수 없게 언제나 당당하셨다. 아버지는 당신의 부재와 함께 몰락해 가는 집의 빈 껍데기만
남겨놓고 봄 날 진달래 꽃길을 따라 가버리셨는데.
어쩌다 가는 막내딸한테 손과 발을 내밀며 손톱과 발톱을 깍아 달라시며 하시는 말, 바싹 짧게 깍아야지 안그럼 금방 자라서 거북하시다며 다 깍아 드리고 나면 내손을 잡고 자주 좀 와 하셨는데......큰오빠 가슴에 묻으신 후 생의 기쁨까지 함께 묻으셨는지 웃음도 잃어버리고 아파도 참고 당신의 간절한 소원만 기도 하신 엄마. 기도처럼 예쁜 모습을 남겨주시고 평안히 가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엄마"
그곳에서도 백만원이 모아지면 뭘 하실건가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