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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2006-07-21 20:45:49, 조회 : 716, 추천 : 118

작은애가 " 엄마 이젠 외갓댁을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네"
하는 말을 듣고 순간 난 명치 끝이 아려오는걸 느꼈다.
초등학교때부터 주말만 되면 숙제를 끝내기 무섭게 달려가던
외갓집은 작은애의 주 활동 무대라도 되는양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그애를 늘 불러 들이는 이유중에 하나였다.

큰오빠는 애들을 무척이나 귀여워 했다. "안돼" 라는 말보다 "그래" 라는
말을 더 많이 하다보니 작은애와 제 이종사촌은 틈만나면 그리로
달려가 온갖 말썽과 현장체험(?)을 하고 오니 내가 아무리 못가게 한들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자주 가다보니 제 또레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것을 하고
사물을 관찰하는것과 자연에 대한 흥미는 그 애의 사고를 키우는데 한 몫을 했다.

그러다 제 큰외삼촌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셨으니 간다 한들
예전 처럼 반겨줄 사람이 없는 집은 비워둔 집 처럼 썰렁했는지
학교 생활하기  바쁘다는 핑계를 삼아 이젠 뜸해진 발걸음이 되버렸다.

외갓집이란 말은 왠지 모를 따뜻함과 갖가지 추억이 곰삭아 내린 맛처럼
애틋한 그리움이  있다. 내게도 외갓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봄 날 아지랭이처럼 피어난다.

우리집에서 오리길 정도에 사셨던 외갓댁은 뒤 울안에 커다란 감나무 한 그루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어 동네에선 감나무 집이라 불렀다.
축대를 쌓아 평지보다 약간은 집이 높아 대문을 들어서려면 계단을 서너개
올라야 문지방을 넘을수 있었고 사랑채는 동쪽으로 나 있어 아침이면 창호지문으로
비쳐드는 햇살이 연 한 치자빛 물감 처럼 번지며 방안으로 스며드는 빛이
난 참 좋았다.  외할아버지의 긴 장죽은 언제나 놋쇠로 된 재털이위에 가즈런하게 놓여졌고
이층 반닫이는 손때가 묻어  외할아버지의 구리빛 피부처럼 반들거렸다.

손톱 달 처럼 생긴 마당 앞 들판은   다랭이 논이 길게 굽어 휘어진 논두렁을 지나면
오얏골로 가는 오솔길이 무명 실타레를 풀어 놓은듯 숨어 있어 어쩌다 외갓댁 식구들과
오솔길을 걷기라도 하는 날에는 키가 작은 날 감추듯해 종종 걸음치며 따라가곤 했다.
오얏골 언덕을 오르면 할머니 앞치마를 펼쳐 놓은 듯 한 밭이 서너뙈기 있어 참외며 오이 호박 고추등을 심기도
했지만 외할머니가 잠들어 계신 산소도 있고 그 옆에는 오디나무가 늙은 소나무하고 마주하며 보낸
시간이 초여름의 단 맛으로 응고 된 것 처럼 알맞게 익혀두고 날 기다린것 같아 입술이
검보랏빛으로 물들때까지 오디를 따 먹곤 했다. 외할머니의 부재로 인한  할아버지의 허허로움이나 슬픔 같은 바람의 시간을
내가 알기엔 난 너무 어렸다.

바닷가 근처라 사랑방에 누워 듣는 파도소리는 어린나이에도 특별해서 문득
엄마가 보고싶으면 베게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눈물을 훔쳐내면 외할아버지는
용케도 알아 채시고 "해식아 너 엄마보고싶어 그러니? " 물으신 다음 시작과 끝이
없는 옛날 이야기를 쌈지 풀어 놓으시듯 하셨던 외할아버지......
친가,외가 두 집안에서 맨 꼴찌인 막내라 더 특별한 내리 사랑을 나에게 베풀어 주셨는지도 모른다.

주인이 바뀐 외갓댁의 옛 집을 보면 지난 세월 만큼  주변이 변했지만 서너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대문은 그대로여서 외갓댁 식구들을 만난 것 처럼 반가웠던 기억이 새롭다.

아들과 함께 하는 외갓집 추억은 그려둔 그림은 제 각각 다르지만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같은 느낌으로
추억할수 있기를 바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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