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젬
|
2006-10-10 01:17:28, 조회 : 577, 추천 : 139 |
뭔가가 좀 이상합니다.
예년과는 다른 풍경에 허전함도 느껴지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도가 달렸고
키 큰 대추나무에 대추 몇 알도 달렸는데
수도원의 가을 풍경이 낯설기만 합니다.
가을의 깊은 맛이 없어진 수도원...
어느 날 지나는 길에 감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혹시나 홍시가 있지 않을까 싶어 올려다보고는
마음 가득 허전함이 뭉쳐집니다.
역시나... 감이 하나도 없네요.
해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가는 감잎 사이로
먹음직하게 감들이 달려있었습니다.
익어가는 감을 까치들이 먼저 달려들어 먹어버려도
오래도록 그 모습 보고 싶어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감을 따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감을 딴다는 소문도 없었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수가...’ 하는 마음에 빙빙 둘러보며 샅샅이 훑어 보다
드디어 딱 하나의 감을 찾았습니다.
반갑기도 하면서 그 큰 나무에 고작 하나 덜렁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속상하기만 합니다. 좀 넉넉하게 들고 서 있으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함께 사는 수녀님들께 감이 덜렁 하나 달려있는 이야기를 하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해거리를 해서 올해는 적게 열렸을 수 있다는 이야기,
땅속이 온통 바윗덩어리라 뿌리를 뻗어 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그렇다는 이야기,
옆에서 공사중이라 감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슬쩍 미안한 마음입니다.
봄에 넉넉하게 꽃을 피우고 애기 감이 열렸다가
바람에 하나 둘 떨구고는, 하나이지만 자랑스럽게 들고 서 있는 감나무가
저 보다 낫구나 싶어집니다.
가을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익어가고 물들어야 하는 시간...
겉모습이 아니라 속 모습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으로 어머니께 도와주시라 묵주를 손에 잡고 기도의 말을 시작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메일로 받는 수녀님의 글중에서)
***************************************************************
최선을 다해 익어가는 시간을
난 어떤 것으로 최선을 다했을까?
내 안의 모든것을 다 털어낸것 처럼
이 허전함은 또 뭐란 말인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