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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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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1:14:21, 조회 : 521, 추천 : 124 |
커텐을 살짝 젖혔더니
눈이 내린다.
지금 바라보는 풍경이 창 안으로 가득한것으로
내가 오늘 느끼는 행복의 전부라 해도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좋다.
그 후 일어날 교통대란 어쩌구 하는 것 과는 잠시
내 일상의 목록에서 지워 놓고 싶다.
이런날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잔잔하게 들으며
반듯하게 줄쳐진 편지지를 펼쳐놓고
내 기억을 꺼내어 나란히 나란히 세워두고싶다.
스무살 근처 겨울날.
그 날도 눈이 내렸다.
뭔지 모를 그때의 방황은 내 뿔난 가슴을 눈 내리는 들판에
파 묻어버리고 싶은 충동만 가득했다.
그리고
무작정 걸었다. 해변을 따라 ....
눈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눈으로 변할때까지.
얼마나 걸었는지 아니 헤매였는지 알 수도 없는 시간이
내곁에서 멀어졌을때 내 발걸음은 우리집에서
십여리나 떨어져 사시던 작은 고모님댁이였다.
"아이구 내 강아지가 어쩐일이냐?"
황소 눈보다 더 큰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반갑게
맞아주시던 고모, 난 다 큰 처자가 되었어도 고모님의 눈엔
언제나 강아지로 남아있는 서너살 조카였다.
그리고 나도 조카가 생긴 고모였지만
내 조카들은 내게서 깃 털 하나씩 뽑아 날아간 철 새처럼
되버렸다. 철 새는 제 철이 되면 돌아오기라도 하지만, 한 번
날아간 그 하늘 끝 자락 어디에도 날아오는 흔적이 없다.
눈 쓸어내는 소리가 정겨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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