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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초

젬젬	2005-12-09 17:25:27, 조회 : 463, 추천 : 113

마당가에 선 나무들 잎도 다 떨어지고
미쳐 쓸어내지 못한 낙엽이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에
마음만 분주하던날.
그동안 마당 한켠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했던
화분들을 들여놓다가 작은 화분에 파란 싹이 움트는걸 발견했다
그냥 풀이려니 하고 지나치다가 왠지 그 파란 싹이 내게
보내는 파란속삭임을 외면할수 없어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 작고 앙증맞은 파란싹은 늦은 봄 날 꽃가게앞을 지나다가
유달리 화려한 꽃색이 맘에 들어 사온 개량종 사랑초였다.
신비디움화분에 얹어두고는 물주는것 조차 잊어버렸었는데
용케도 죽지 않고 뾰죽히 내민 잎은 그동안의 무관심에 대한
시위라도 벌이는지 여기저기 하루가 다르게 뚫고 나오는 속도가
여름날 못지 않았다.

한때는 蘭에 대한 집착으로 집안곳곳에 수십개가 넘는 난분이
자리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언제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 집착의 끈을 미련없이 놓아버리고
이웃집과 친지들께 나눠주고 지금은 제멋대로 자란 몇분만
남아있다.

솜털이 보송한 여린잎위로
유리창너머 햇살이 천천히 유혹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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