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젬
|
2006-09-18 21:51:01, 조회 : 483, 추천 : 118 |
후두둑~
사선으로 내리던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활 시위를 당긴것 처럼 소리를 냅니다.
이층 창문으로 내려다 보는 작은 돌맹이 가득한 길위로
가을이 소리 내며 젖어 들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가을을 바람이 놓아두고 가는가 봅니다.
참나무 잎도 며칠 사이에 푸른색에 변화가 온 듯 보이는군요.
오늘 아침, 개울 건너 산쪽으로 쑥부쟁이가 꽃멍석을 깔아놓은듯
무리지어 피여 있는걸 발견 했습니다. 여름내내 그 숲속엔 산 새가
와서 노래하며 쉬어가던 늙은 소나무 아래 였는데, 난 왜 한번도
관심을 안갖었었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은 나무의 키를 크게 하고
숲은 꽃씨를 품고 있다가 때 를 맞춰 꽃을 피우고 누가 기억하지 못해도
어긋남 없이 제자리에 자리를 잡아 갑니다. 내가 살아가는 방법도
이렇게 닮고 싶습니다.
아침 내내, 의자에 몸을 묻고 같은 음악을 되풀이 해서 4번 들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물론 제 취향이지만)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아무도 없는 산 속의 집에서 혼자 듣는 음악은 여러가지로 참 좋습니다.
누구의 간섭이나 신경 쓸 일이 없어서 더,더욱 좋구요.
茶 한잔 마시며 온전하게 보낸 나만의 오전시간은 오랫만에 맛보는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잔디밭에 나가 풀을 뽑아주고 바람에 쓰러진 키 큰 코스모스를 일으켜 세우는데
마음이 아팟습니다.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너무 많이 있어서.....
말복 전에 심은 도라지가 앙증맞은 꽃을 피워 산촌은 몽환적인 보랏빛 그림을 그려도
될듯 싶습니다.
일주일을 보내야 할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된다는 사실이 꾀병이라도 부리고 싶을 만큼
싫어 집니다. 늘 바쁘게 종종 거리면서도, 자투리 시간에 음악도 듣고 책도보고 하는
산촌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중입니다. 무엇 보다 좋은 건 솔바람 소리 때문이지요.
가을비가 촉촉히 내린 날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