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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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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5 11:08:03, 조회 : 502, 추천 : 124 |
한 여름의 열기가 못내 아쉬운듯 담장엔 아직도
능소화가 피였습니다.
제 멋대로 자라 줄기를 뻗은 나팔꽃이 아침마다
제게 환하게 웃어줍니다만, 제가 그 웃음에
답할수 없는건 푸석 거리게 건조해진 탓 일겁니다.
구월이 벌써 보름째 입니다.
공원 산책길에 드문드문 보이는 단풍잎 소식에
세월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하루 일과 중 첫번째인 기도와 묵상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그 속에서 깨우쳐 가는 하느님의 사랑, 얼마나 감사한지요.
문득 이십여년도 더 지난 케케묵은 기억이 떠오를때마다
가슴 한 켠이 뻥 뚫려 찬 바람이 들고 납니다.
다 못난 내 탓이지요.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사랑으로 감싸고 용서하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아직도 용서가 안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에선 용서로 놓아줘야 된다고 하는데
가슴에선 용서가 안됩니다. 평생 이렇게 미워하며 살면 어떻하죠?
그 죄 다 제가 업고 지고 가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변명은 하지 않을께요.
제가 지녔던 슬픔이 너무 짙어 퇴색하려면 시간이
더 흐르고 낡은 감정이 흔적없이 사라지려면 바람도 좀더 눅눅해져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어제 부터 명치 끝이 아파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잊고 있었던 그리움이 불쑥 끼어들어와 그런가요?
흐린 풍경이 되어버린 끈질긴 인연의 고리에 있는 모습들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먼 발치에서 보고 온 엄마가 아침 내내 제 발목을 붙잡고
성모님과 오버랲됩니다.
" 엄마 " 그곳도 가을이 오고 있나요?
당신이 그리워 이 가을이 제겐 또 다르게 추워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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