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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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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09:37:14, 조회 : 671, 추천 : 122 |
수녀원에서 사도직터로 향하면서
제일 먼저 우산을 챙겨듭니다.
하늘에 먹구름도 안보이고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 날이지만
언제 속을지 몰라서 종일 우산을 들고 다닙니다.
잠깐만 기다리면 억수로 퍼붓던 비가 그치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있을라치면 금새 다시 쏟아지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이런 날씨에 대처하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날씨를 초월했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으며 유유히 다니시는 분,
비가 오면 뛰든지 남의 것 얻어 쓰면 된다 싶어 배짱으로 버티시는 분,
눈치 빠르게 비가 올지 안 올지를 가늠하며 비를 피해 다니시는 분,
무신경하게 '어 비왔어요?' 라고 되물으시는 분,
저 처럼 혹시나 비 맞지 않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우산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시는 분....
며칠 동안 우산을 챙겨들고는 안전한 것이 최고라며
준비성 없는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며 다니다가,
문득, 제 손에 무엇이 들려있나 싶은 마음입니다.
삶 전체를 주님께 의탁하기 보다는
내 스스로 살아보겠다고 손에 가득 지푸라기를 움켜쥐고는
있는 힘껏 바둥대는 모습입니다.
있는 그대로, 주어지는 대로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살아내기보다
미리 미리 준비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주님 자리를 또 빼앗고 있습니다.
어릴적 비가 오는 날이면 친구들과 몰려나가서
축구도 하고 종이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기도 했는데
세월 속에서 참 많이 변했다 싶어집니다.
비를 맞으면 옷이며 신발이며를 빨아야 하고,
감기 걸릴지도 모르고, 시간도 낭비하게 되고...
어릴적 단순하던 마음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걱정도 늘어갑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또 왜 그렇게 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산을 들고 다니던 마음에서 움켜쥐고 있던 지푸라기 내려 놓으며
맑은 빗물에 기도의 마음을 접어 띄워봅니다.
바오르의 딸 홈 지기 수녀님의 편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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