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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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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2:57:33, 조회 : 609, 추천 : 134 |
오랫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뜰에 내려서니 맵싸한 아침 공기가
싸 한채 온 몸으로 파고 든다.
서리 내린 잔디밭 밟는 느낌이 발끝에서 전해지는것이
서걱거리는게 싫지 않다.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발견이다.
잔디밭의 푹신함에 익숙해져 있던 것과는 사 뭇다르다.
여름날 푸른기운으로 씩씩할때 하루가 다르게 키재기를 하며 올라오던
잎들이 하얀 서릿발에 주눅이 든것처럼 느껴진다.
화단엔 아직도 백일홍가지가 그대로 있다. 말라버린 잎과 줄기가
바람이 지날때 마다 안쓰러운 허리운동을 했건만 왠지 그것도
산촌의 겨울 풍경으로 남겨두고 싶어 그냥 놔두었다.
참나무가지를 타고 오르던 능소화 줄기가 흩어진 머리카락처럼
어지럽고 풍경은 두 마리의 물고기를 내려 놓았다.
참나무 아래 황토 흙을 베고 누워 물고기 두 마리도 겨울잠을 자고 있다.
늦가을 심은 튜립이 흙더미를 흘렸는지 맨살을 드러 내놓고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내 살갖이 얼어붙은 것처럼 심장이 차갑다.
홍매가 간직한 꽃눈이 많은걸 보니 지난 해 보다 더 많은 꽃을 피우려나 보다.
올 해는 잊지말고 매화차 한번 만들어야지.... 하는 다짐 아무도 몰래 해봤다.
꽁꽁 얼어버린 연못위를 주르르륵 미끄럼 한번 타보고 발을 굴러
연못속 붕어에게 겨울잠 충분히 잘 자두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리연 줄기가 이정표처럼 갈라져 얼어붙은 얼음 속은 하얗게
부풀어 오르다 그데로 물방울이 되어었는지 여기저기 생긴 기포의
흔적이 어느 작가가 그려둔 물방울 수채화 한 폭 같다.
여름에 옮겨 심은 붓꽃이 반쯤 얼어버렸고 시누대처럼 연약한 개나리
가지엔 봄이 올망졸망 달려있다.
내친 김에 산책로를 따라 뒷동산을 올랐다.
진달래 나무들이 무성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군데군데 망개나무 열매가 숲속의
보석처럼 빨간열매를 달아두고 지난 가을의
회상에 잠긴듯 해 나도 가을을 더듬으며 산을 올랐다.
무엇이 그리 바빠 이 길을 한번도 오르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곁들여 가며
봄이면 뒷 산에서 홀로 피고 지고했을 들꽃들과 이 숲을 거쳐간 이름을 알수 없는
산 새들의 날개짓에 느릿느릿 새겨지던 나무들의 나이테가 더 선명해지기도 했을까?
봄이면 숲에서 부는 솔바람 물결 소리에 내 영혼까지 말갛게 헹구어 내는것 같아
그 바람소리를 듣는것이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수 많은 생명체가 거쳐갔을 숲은 겨울잠에 깊이 빠져 있고 동면 하지 못한
산 짐승들의 배설물이 겨울 산에 기대어 산다는 표징이라도 되는양 여기 저기 눈에 들어온다.
오솔길을 가로 막고 있는 부러진 삭정이를 치워가며 심호흡을 크게 몇번 하고
산 정상에 올라서니 앞이 확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아래 마을은 아직 아침고요가 머무르고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마을 입구에 서있던
장승처럼 느껴져 순간 웃음이 나왔다 . 고전적인 장승은 마을 어귀에 있었지만
현대판 장승은 마을 어느댁에서 기르는 개가 아닐까 하는 나만의 착각 말이다.
천천히 걸어내려오다 노루귀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을 둘러보니
낙엽이 수북하다. 더러 얼기도 한 도랑물가엔 이끼의 초록색이 더 짙어보여
응달진 곳의 추위가 그대로 드러나는것 같다.
앞으로 내가 이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면 그려둔 밑 그림을 몇몇은 수정을 해야 겠다.
해야 할것은 많은 데 시간과 경제적인 합작품이 과연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재 탄생시킬수 있을까.
오랫만에 느긋한 여유로 보낸 산촌의 하루
지인이 가져오신 매화 茶 로 향기로운 그 뒷맛의 여운까지 선물 받은 즐거운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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