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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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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23:24:08, 조회 : 505, 추천 : 133 |
한달에 한번씩 배달되어 오는 월간지가 오늘 도착했습니다.
우리집 우편함은 가을소식이 월간지로 채워줍니다.
책상앞에 쌓여있는 책들을 다 읽었는지, 아니면 책표지만
훑어보고 만것인지 헷갈리게 많습니다.
내 앞으로 오는 월간지와 계간지을 합하면 책꽃이 한칸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인것을 보면 단순함을 좋아하는것과는
거리가 먼것도 같아 피식 쓴 웃음이 날때도 있습니다.
배고픔을 못 참듯 책에 대한 恨이 맺힌듯 한때는 책을 사서
모으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읽고싶은 책을
손에 쥐었을때 전해지던 그 짜릿한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스무살 무렵 겨울이 생각납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렸던 날. 친구와 만나기로 한 다방에서 문고판 책을 들고
그 책 삼매경에 빠져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고 앉아 기다리다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봄 날 장다리밭의 흰나비떼처럼 날리던 풍경이...
계절이 바뀔때나 내 마음이 울적해 질때면 그 날의 풍경이 기억 맨 끝자리에서
훌 훌 털고 살아나 암울했던 스무살무렵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어머니 도 책을 좋아하셨습니다. 반짓고리와 함께 있던 옛날 이야기책은
돋보기너머로 보시던 어머니만의 세상이였으며, 당신이 누릴수 있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바느질을 하시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전 옆에서 늘 보아왔기에..... 낡은 반짓고리엔 어머니만의 슬픈 추억하나도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유품으로 남겨 놓으신 굵은테의 돋보기.
어머니는 그 돋보기를 하얀융천에 싸서 잘 보관하시고 당신것은 놔두고 책을 보시거나
바느질을 하실땐 언제나 그 안경을 쓰시곤 하셨지요.
제가 돈을 벌때 금테로 된 돋보기를 사다드렸지만, 새 안경을 쓰시지 않고 편집증
환자같이 유독 그 안경만 고집하셨습니다. 안경알에 셀 수 없을 만큼의 생긴 빗 금같은
상채기는 어머니께는 흔적에 불과했는가 봅니다. 아니 그것마저도 아버지의 사랑으로
아셨는지도 모릅니다.
며칠있으면 추석입니다.
추석 전 날, 절 낳으시고 명절도 못 쇠셨다며 늘~ 말씀하셨는데.....
어머니.
결혼 한 후로 한번도 생일날, 아침 미역국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올 부터는
양력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별 반 다를것이 없지만
그래도 찬밥으로 누릉지탕 끓여 먹던 날과는 다를테지요.
쉰두송이의 장미꽃다발을 받아들고 괜히 슬퍼졌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생일이란 이름표를 걸고 저녁도 근사한 곳에서 먹었구요.
저도 별수 없이 늙어가는 중인가 봅니다.
제가 전 하는 가을 소식은 쉰두송이의 장미꽃다발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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