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젬
|
2009-01-29 17:48:01, 조회 : 623, 추천 : 143 |
산촌을 가는 날들이
드문드문 일상의 한귀퉁이 처럼 되었다.
주말마다 가야만 하는 것처럼 시계를 돌려놓아야
직성이 풀리던 그 양반도 내가 된통 걸린 감기로
숨넘어갈듯 토해 놓는 기침때문에 한 두 걸음 양보를 해서
격주로 가게 되였다.
3주를 못간 산촌이 궁금하기도 하고
눈도 많이 와 쌓였을 테고 또 혹독하게
추웠던 날씨로 인해 무슨 피해는 없나 하는 노파심에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말았다.
9시 차를 타고 도착하니 10시40분
마을버스에서 내리니 설원이 따로없다.
우체부아저씨의 오토바이 바퀴 자욱만 두줄 선명하고
고라니가 뛰어간 발자욱이 겹쳐있을뿐 입구부터 눈이 쌓였다.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대문을 간신히 열고 올라가는 길이 경이로울만치 설원이다.
시간이 정지해버린듯한 길을 걸으며
눈 내리던날, 내가 이곳에 왜 안왔을까 하는 자괴감에
몹씨 후회스러웠다.
하긴, 섣달그믐께니 어딘들 갈 수 있었으랴.....
물기 머금은 눈길이 미끄러워도 첫 발자욱을 만들며 걷는 재미가
너무 신이난다.
주차장으로 쓰는 뒷마당이며 연못도 쌓인 눈으로 인해
한 겨울속으로 성큼 들어와 잠들어버린듯 주위는 고요할뿐.
데크를 올라서니 이건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열쇠를 찿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옷 벗어 놓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데크 눈부터 치웠다.
잔디밭은 하얀 이부자리 깔아놓은듯 평화스럽고.
커텐을 젖히고 거실에 앉아 내려다 보는 풍경이
참, 마음에 든다.
혼자이고 싶을때 달려 올 수 있는 공간이건만
아직은 곁눈을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에 선 뜻 나서지
못할때가 더 많아 괴롭다.
새소리, 바람이 지나는 소리, 가끔씩 산을 흔들고 지나는
비행기소리도 모두 평화의 소리로 들린다.
핸드폰 문자판을 열고 생각나는 대로 몇자 눌러
친구에게 전하니 자기도 며칠 푹 같혀지내고 싶단다.
돌아오고 싶지 않은 길.
봄이 올때까지 멈추어 버릴것만 같은 눈 속의 산촌시간.
3시쯤 , 왔던 길을 걸어 버스터미널까지 갈 요량이였는데.
막내의 핸드폰울림으로 인해 무산되버렸다.
배깔고 누워 책을 펼치고 읽는데 어디서 자동차 크락숀 소리가 나
나가보니 막내가 그새 달려와 눈길 위에 차를 세워 놓고
바퀴에 체인을 감는 중이였다.
약간 경사진곳을 못 올라와 애를 먹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차 신발에 덧신을 신기는중이라며 씨 익 웃는다.
막내가 하는 말, 이곳은 확실히 계절이 두겹쯤 되는것 같아
저 아래 논 다랭이는 눈이 없는데 여기만 이렇게
쌓인걸 보면 ... 너도 그런 생각이 들었니?
나도 똑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흐린 하늘과 자동차 바퀴자욱과 내 발자욱
그리고 막내의 푸근한 웃음소리를 남겨두고
오늘 이라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