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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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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0:07:38, 조회 : 763, 추천 : 137 |
수요일 밤 11시30분
KBS 수요 기획이라며
들꽃처럼이라는 방송이 나오길레
무심히 앉아서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원도 정선의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서
여든을 넘기신 두할머니가 서로 기대어
삼십여년을 같이 살았다는 내용이였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할머니를 데려와
때론 친구처럼 남편처럼 자식처럼 삶의
동반자로 같이 살다가 그 할머니의 증세가 더 심해져
사회복지 시설로 가고 난 후 혼자 보낸 시간은
한겨울의 삭풍처럼 혼자 남겨진 할머니에겐
너무도 시린 날들이였나보다.
들꽃이 봄 바람에 팔랑이는 들판으로
두 할머니가 봄꽃놀이를 가는 장면을 보곤
내 가슴에 깊이 묻어 두었던 엄마의 지난간 삶이
떠올라 눈물이 나도 모르게 방울방울 맺혀 떨어졌다.
봄이면
엄마는 봄 햇살에 그을려 요즘 돈 주고 하는 썬텐보다 더
곱게 햇살 맛사지를 받았으며 하루의 시간이 모자라
늘 바쁘게 종종 거리며 보낸것이 기억난다
까만 고무신에 몸빼바지에 수건을 두른머리
그리고 우리들이 날개옷이라고 이름붙여준 누비저고리에
조끼를 입고 엄마 잔등이엔 가늠 할 수 조차 없었던
삶의 무게가 지게에 얹혀져 늘 함께 했다.
부시냇재 큰 밭이 작은오빠 대학등록금으로 팔리고
그 밭의 반보다 더 작은 밭으로 대체 됐을때도
엄마의 희망은 오직 아들의 무지개빛 미래가
그 산 밑 돌밭에서 피여올랐겠지.
전,답이 한자리씩 줄어 들때마다 엄마삶의
무게는 그 배로 늘어났고 우리들 기억은
살구꽃이 지고난 허망함 같은것이였다.
생강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마당위 언덕
매화향 가득하던 우물가
수수깡 울타리밖의 살구나무꽃
아버지가 만들어주셨던 꽃밭
삐걱거리는 소리도 정겨웠던 나무대문
나 혼자 걸레질하기엔 너무도 컸던 대청마루
엄마의 보물창고인 찬 광
엄마 손 때 묻어 반들거리던 작은 경대
외 할아버지의 멋진 수공예품 뒤주
내 기억 속엔 모두 살아 있는데
그
런
데
그곳엔 없습니다....
봄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그리움 뿐입니다.
.............................................
엄마가 마지막으로 주고 가신 것은
주님의 사랑이였다.
엄마~!
성당에 나가 미사드리는것
잘보고 계시지요?
그런데 왜?
꿈길에선 반가워도 아무말도 안하세요?
봄 새싹이 움트는것 처럼
나도 엄마가 많이 보고싶어요
아직 털어내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미움
이젠 털어 내고 싶어요
내 가슴에 그들을 미움주머니에 담고 있기엔
내가 너무 힘이 들어요
오늘은 십자가의 길 기도하면서
그 미움 덩어리 다 털어서 주님께 맡기고 올께요
엄마
보고 싶어서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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