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날씨맑음.
일기예보를 관심있게 체크해가며 길을 나섰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것이 아닌 무작정 떠나고 보자는
의견일치로 떠나는 여행.
간단하게 꾸린 가방과 꽁지와 함께 하는 여행.
여주를 들어서니 고속도로 전광판마다 강원지역 대설경보내렸다고 빨간글씨로 깜박거리며
시선을 끈다.
" 대설경보 " 잘하면 눈속에 갇혀 지내다 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임까지 발동한다.
여주까지는 쾌청 문막을 들어서니 눈발이 날린다. 산은 그 새 눈으로 덮여있다.
다행히 도로는 얼지 않아 차는 제속력을 내어 달린다.
산능선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이 마치 공룡의 갈비뼈같다.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은 길. 그 옆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수천마리의 말 발굽소리처럼 따라온다.
잠간 눈 시린 하늘 아래 소나무 한 그루 나그네 길에 동무해준다.
무작정 달리다 멈춘곳.
삼척이란다. 여행 첫 날 . 여기서 하룻밤 묵기로했다.
해안도로을 따라 가는길 비가 내린다 . 비 내리는
바다는 심란함을 감추지 못한채 거친 숨결을 파도에 실려 토해놓고
그 위로 어둠이 내린다.
밤새도록 바다의 거친 숨결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감정의 찌꺼기들을 파도속 깊숙히 묻어버리고 싶어진다.
어쩔수 없이 살며 부딪히는 미움, 갈등, 놓아버리지 못한 미련까지.
그리고 새 공책을 받은것처럼 다시 쓰고 싶어지는 내 인생의 한부분을 여기서 시작하면 했으면.....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여기에 온 것일까?
흐린하늘 , 물안개가 겨울바다위로 피어오른다.
오래도록 나도 바다도 되고 파도도 되고 물안개도 되어 물결자락을 따라 노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