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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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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8:50:03, 조회 : 564, 추천 : 125 |
목련나무 가지 하나가 길게 뻗어 거실창안을 들여다 본다.
창안이 궁금하다는듯 바람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살랑살랑
손바닥 같은 잎이 흔들릴때 마다 바람향기가 나는것 같다.
자주꽃이 피여 아침 저녁 그윽한 향기를 선물하더니 이젠 푸른 그늘까지 만들어 놓고
한낮에 마당에 내려서면 나무아래로 불러들인다.
보일러실에서 겨울을 지낸 난화분이 나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다.
우리와 인연이 닿아 뿌리내리며 살아가는지 십여년이 넘었다.
백목련도 함께 왔건만.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버리고 자목련만 남아
봄이면 매발톱 같은 투구를 벗어놓으며 하나씩 둘씩 속살을 드러내 놓는
수줍움에 나도 부끄러워질때가 있다.
거실에 앉아 바라볼때 마다 나무한그루가 자라 잎이 무성한 것이
자식이 잘되어 거느린 식솔들 같아 흐믓해질때가 종종 있다.
여름 비가 내리는날 잎에 떨어지는 소리는 크게 작게 길고도 짧게
후드득 타닥타닥 어우르며 듣기좋은 소리로 잎을 헹구어낸다.
가을이 깊어갈때 아침햇살이 나무꼭대기 끝에서부터 비쳐들면
황금빛으로 가지 사이사이를 물들여놓는 설레이게 아름다운풍경을
짧은 필설과 말로 어떻게 설명을 하랴.
갈바람에 제삶을 다하고 떨어지는 소리는 쓸쓸한 노래처럼 싸르락거리며
나무아래로 좋은 기억처럼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놓기도 하는 겨울이 오면
겹겹이 오므린 꽃망울을 달고 바람결 대로 꺽이지 않으려고 휘어지듯
흔들리는 모습을 볼때 세상사는 이치를 또 한번 깨우친다.
솜털보송한 꽃망울위로 눈이 내려 쌓이면 목화꽃송이처럼 탐스러운 또다른 꽃이 피여
긴 ㅡ겨울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하다.
삼백예순날을 우리가족과 함께 호흡하고 우리집 내력을 다 알고 있으며
대문을 열고 들어설때 제일먼저 반겨주는 든든한 우리집 지킴이.
내마음에도 심겨져 같이 자라며 비도 맞고 단풍도 들고 눈꽃도 피우며
눈과 마음으로 보고 듣는 즐거움을 생 다하는 날까지 함께하길 바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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