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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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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1 23:58:11, 조회 : 504, 추천 : 133 |
몇년전
시골집에서 어린 포도나무 묘목을 가져와
마당 한귀퉁이 심었다
이집과 인연이 맺어진 날부터 포도나무와
함께 했으니 아름다운 인연은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런지...
이집으로 이사 오던해 남편이 포도나무를 두그루
얻어다 양쪽으로 심고 철봉을 타고 올라가도록
만들어 놓아 그 아래 평상을 만들어 놓고 여름이면
골목 아줌마들이 모여 양푼에 밥을 비벼 같이 먹기도 하고
가끔은 삼겹살도 구워 먹고 일상의 자잘한 근심과 기쁨을
함께 나누곤 했다.
커피 한잔씩 마시며 나누던 정담들은 아이들이 커가는
키 만큼 쌓여가고 도타운 정만큼 김장 철이면
내집 뉘집 일 따지지 않고 모두 모여 일손을 거들고
따뜻한 밥 한그릇 나누어 먹던 일들이 벌써 십여년이
지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한집,두집 집 장만을 해서 이사를 가 골목안은
이가 빠져 성근 것 처럼 썰렁하고 아이들이 떠들던
저녁무렵의 활기는 어느새 침묵이 어둠속 처럼 괴괴하다.
고만고만한 또레 아이들이다 보니 가끔은 충돌도 있었지만
그 일로 인해 어른들끼리 얼굴을 붉히거나 마음불편해 하는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운동회날이나 소풍때는 김밥을 싸들고 같이 참석을 하고
그 뒷풀이는 골목안에서 엄마들의 소풍과 운동회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운 회상을 함께 했다.
늙어 고목이 되버린 포도나무는 제 몫을 다하고 이웃이
이사가던날 처럼 뿌리를 거두어 주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어린나무가 자라 팔뚝처럼 굵어져
올해는 제법 송이가 주렁주렁 달렸다.
달콤한 향기가 창문너머로 스치면 가을이
우리집 마당에 왔다는 신호이며
난 가을의 몽유병을 앓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후두둑 거리며 넓은 포도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개울가에서 잃어버린 고무신 한짝을 찿은것 처럼
포도나무아래 묻어두었던 지난일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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