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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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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22:56:13, 조회 : 660, 추천 : 116 |
아침 산책길 울긋불긋 절 마당 가득 내 걸린 연등을
보고 초파일이 가까워 온다는걸 알았다. 오월도 벌써
저만치 지나고 더 짙어진 계절의 숲은 잠시 쉬어도 좋을
그늘이 나뭇잎새 만큼이나 짙어져 있다. 문득 달력을 보니
올해는 초파일과 일요일이 겹쳐져 있다. 그리고 아슴히 떠오르는
초파일 무렵의 기억이 등불을 밝힌 것 처럼 환하게 떠올랐다.
이맘 때 쯤 청보리밭 이랑을 넘실거리던 바람이 보리 익는
내음에 취해 먼 산 희뿌연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면, 늦 봄 가뭄에
애타하던 어머니는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한수 떠 놓고 어머니가 만나는
신께 당신의 근심 하나 덧 붙여 정성을 드리셨다. 그리고 초파일 하루전에
어머니는 하룻동안의 먼 길을 떠나 용궁사 절로 등불을 밝히러 가셨다.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뫼신 절로 한해를 보내고 다시 한걸음 뒤 늦은
만남을 어머니는 초파일을 빌미로 만나러 가시는 날은 농 깊숙이 넣어두었던
갑사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부처님께 올릴 공양미를 광목 자루에 담아 이고
짚수세미로 닦은 뽀얀 고무신 코 를 앞세우고 가시는 뒷모습은 참, 애가타도록
서러운 모습으로 점점 내시야에서 멀어져 가면 난 어머니가 다시는 안돌아 올것만 같아
사랑방 굴둑 뒤에 숨어 해가 저물도록 눈물을 훔쳐내곤했다.
딸만 셋을 두셨던 외할아버지는 십여년을 막내딸인 어머니와 함께 사시다 가셨다.
그런연유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용궁사 절에 위패를 뫼셔놓고 일년에 한번
어머니는 결코 화려하지 봄나들이를 하셨다. 삼십리도 넘는 먼 길을 행여 정성이
부족할세라 땅에 내려 놓지도 못하고 머리에 이고간 공양미는 어머니께 어떤
위로와 어떤 희망을 주셨을까?
나도 부처님법문을 들으며 향을 사르고 삼보께 예을 올리며 등불을 밝힐때가 있었다. 연꽃잎을
비벼 등을 만들고 나면 손가락 마다 베어든 물감은 그대로 연꽃인양 아름답게 피여난듯 했다.
초파일 연등을 밝히는 유래를 화엄경에 보면 " 믿음을 심지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독을 빛으로 하여 삼독을(탐,진,치) 없앤다 " 했다. 또 한 대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둠 때문에 지혜를 잃는데 비해, 여래는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한다." 하셨다.
(연등의 유래 인용) 꼭 초파일에 연등을 켜고 부처님 법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내가 밝히는 등불이 그사람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 바른길을 안내하고 밝혀둔 등불처럼
좋은일로 인해 빛이 된다면 얼마나 축북받은 일일까.
올 초파일에는 그동안 밝혀두지 못했던 마음에 등불까지 심지 돋우고 높이 높이 달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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