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젬
|
2005-02-23 18:05:32, 조회 : 668, 추천 : 120 |
- Download #1 : DSCF0012_kk.jpg (61.2 KB), Download : 49
- Download #2 : DSCF0011_kk.jpg (60.2 KB), Download : 45
청향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맑은향이라고 할까.
매화향기에 이끌려 그나무 아래 서 본지도 꽤 오래된것같다.
늘, 가슴 한구석의 안타까운 그리움 하나가 오늘 터저버렸다.
매화꽃을 만났다. 남쪽엔 홍매도 피고 흰매화도 피였다는 소식을
접한지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지만, 삼월이 오기전에 그리움이 터져 버릴줄은 몰랐다.
별루 잘생긴 나무도 아니건만 그 작고 여리디 여린 꽃송이가 뿜어내는
향기는 새벽안개를 만났을때 온몸을 휘감아 돌던 청명함 같았다.
돌하나 나무한그루를 만나도 고향집이 먼저 떠오르고 뭉게구름처럼
피여 오르는 아련함에 목울대가 뜨듯해지는 주책은 세월이 내게준 선물인가보다.
내가 자란 친정집 마당위 텃밭엔 매화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큰오빠 처갓집에서 얻어다 심은 나무였다. 멀리 부여에서 가져온 나무라
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가꾸고 아끼는 나무였다.
이른봄날, 혹한을 견뎌내고 하나둘 꽃망울이 터지면 오랜기다림끝에 만난
반가움처럼 그 나무아래서 아버지만의 話頭로 봄이 지나가곤 했다.
내가 결혼하던 해 친정집은 다른곳으로 거처를 옮겨 집을 새로 지었다.
그러면서 텃밭 두렁에 있던 나무들도 옮겨다 심고 더러는 새로 심기도 하였다.
물론 매화나무도 옮겨와 뒷뜰 창가에 심었다. 어느해는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 나무아래 멍석을 펴 놓고 장대로 매실을 털듯이 따기도 하고
어느해는 그 큰 나무에서 밤하늘 별헤듯 꽃을 찿아 세기도 했다.
세월이 가는것 만큼 나무도 늙어가고 늙은가지를 잘라낸 자리엔 큰오빠가
걸어둔 그물코에 나무나이가 숭숭 걸려있었다. 그리고 큰오빠가 시름처럼 가버리고
난 후 어찌된 영문인지 뒷뜰에 있던 매화나무가 말라서 죽고 말았다.
가지를 잘라 뿌리내린 어린나무만 살아있고 가지마다 달려있던
향기같은 추억도 큰오빠와 함께 했던 나무는 잊혀진 기억처럼 이젠 친정집에 가도 만날수 없다.
오늘,엄마의 한숨같은 꽃속에서 터진 살가웠던 그리움도 무게가 있는걸까?
눈가가 자꾸만 젖어든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