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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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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8:58:38, 조회 : 598, 추천 : 144 |
뎅그랑,챙그랑. 지나는 바람 한줌이 풍경을 만지고 가나 보다.
물고기 비늘까지 흔들리는 소리는 아침이면 굼실굼실 유리창너머로
들어와 거실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사유깊은 소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풍경소리 그 울림의 여운이 주는 매력에 빠져 산지도 꽤 여러해가 지났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을 훝고 지나기도 하고 내 감정의 높.낮이가 그 여운으로
인해 가슴 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많은 이야기가 하나되어 내안에서 떨림으로 퍼져 나올때도 있다. 불가에서 警世의 의미를 지닌 佛具의 하나로 수행자의 放逸이나
나태함을 깨우치기 위해 처마끝에 달아놓은 풍경. 그 풍경을 내가 사는집 추녀끝에
달아놓았다.
주말마다 산을 오르던 남편을 따라 다니던 때. 수락산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원암에서 들었던 그 풍경소리는 촉촉히 눈가를 젖어들게하는 소리로 내게 닦아왔다.
늦가을 저녁. 햇살이 비스듬하게 걸린 山寺의 고즈녁함과 바람의 낮은 음은 어깨위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아니더라도 온 우주를 흔들어 놓는 순간의 깨우침. 그런 의미로 나와 인연을 맺었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길에도 사찰을 들려서 풍경소리을 듣고 나름대로 여유롭게 즐기고 소리의 비교도 해가며 돌아 올때쯤이면 어느새 내마음엔 그 사찰의 풍경하나가 뎅그렁거리며 달려있어 돌아오는 길은 마음은 부자가 되어 헤픈 미소가 절로 입가에 번져지곤 했다.
살랑이는 바람과 만난 조화로움과 힘이주어진 바람과의 조우는 흔들리는 근원조차
알수 없게 만들고 소리의 여백이 주는 미묘함 또한 다르다. 빠른 소리의 파동은
힘찬 에너지의 폭발이 솟구친 한바탕 춤을 추는 무녀의 붉은快子 자락이 펄럭이는
것같은 연상을 하게 한다. 잔잔한 소리는 은파를 헤치고 나오는 달빛같은 청량함
으로 또는 봄날 잔잔한 물빛으로 스며든 한껏 그리운 이름처럼 ...
몇해전 남편은 내게 거실에서도 잘보이고 오가는 바람도 잠시 쉬어갈수 있는곳에
풍경을 달아줬다.
아침마다 격자무늬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즐거움도 한가지 더해졌다.
낮은 첼로음악을 들으며 창가에 서서 추녀 끝에 달린 풍경을 바라 볼때마다
나와 맺어지는 인연에 감사하며 어느것 하나 소홀한것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빛과 어우러진 풍경소리는 나자신의 교만함을 일순간에 꺽어놓고
비오는날의 물기 젖은 소리는 타인을 위한 기도를 할수 있는 경건함으로.
어쩌다 잠못이루는 밤의 소리는 말벗이 되어 내영혼의 깊은 울림까지 다 받아주고
늦가을의 쓸쓸함으로 닦아오는 소리는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눈 내리는 날의 소리는 온갖 허물을 다 덮어줄수 있는 넓은 아량을 지니게 하는
소리로 나를 키워가며 그렇게 내 일상에서 소리의 생명으로 함께 하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우리집 마당엔 순한 봄꽃향기처럼 풍경이 은은하게
울린다. 쳉그랑,뎅그랑...
200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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