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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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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8:55:38, 조회 : 580, 추천 : 134 |
외출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앞집에 살던 분을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나누고 가족들 안부를 묻고 하다가 우리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는 실소를 금치 못하며 그렇게 주변머리가 없냐고 하는
말에 순간 심하게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은 느낌 이였다.
시댁에서 살다가 분가한 후 방 두칸 짜리 전셋집에서 살다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왔을땐 세상에서 나만 집 장만한 것 처럼 느껴지고 마루엔 아무 것도 놓을 것이 없어서
아이들과 내가 조금만 큰소리로 말하면 공명처럼 울려 재미있다며 아이들은 일부러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전세금을 합하고 시부모님이 보태주신 돈과 주택은행융자를 받고
모자라는 부분은 직장대출을 받은 터라 숫자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파도
장독대에 하루종일 빨래를 널어 말릴 수 있다는 것과 주인 눈치를 안보고 살아도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고도 남았다.
마당이 넓고 양지바르고 뒷산은 공원이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벼운 산책을 할수도 있고
나무들의 옷색만 봐도 계절의 변화를 감지 할 수 있어서 내가 제일 먼저 계절을 맞이하는 것
같은 즐거움에 하루에도 몇번씩 산을 바라보곤 했었다.
아이들도 별 탈없이 잘자라 주었고 맞춤처럼 집과 내가 함께 어우러져 길 들인 것 처럼 살다 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안하고 살았던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같이 앞.뒤 집에서 십여년 을 살다가 이사가기
며칠 전에야 그 집을 팔고 이사 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그후 두고두고
서운해서 한동안 병이 나서 힘이 들기도 했다. 그집 아이와 우리 애들이 나이가 비슷해서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정이 듬북 들어 눈만 뜨면 붙어 살았으니 오죽했을까.
내가 이십년이 넘게 한곳에 머물러 사는동안 집에 대한 기준 가치는 어떤곳에 거주하며 몇평짜리 아파트에 사느것으로 그사람의 생활수준을 짐작하는 계기로 삼는일이 되였으니 우리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안살아도 여가를 즐기고 가뭄에 콩나기지만 문화생활도 하고 난 나름대로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아가는가고 있는데... 아침이면 오가다 우리집 마당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가는 산새들이 지저기는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만들어 주는 그림자 놀이를 즐기며 내 어린날을 추억 하고 여름날 밤이면 흐릿하게 보이는 별자리 찿는 즐거움과 달밝은 밤이면 그 달빛을 타고 춤추는 정령들을 만날수 있는 행운을 만나기도 하는데.
주변머리가 없어서 이십년 넘게 같은 집에서 살고 전화번호도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 아주
오랜만에 남편 친구분 께서 혹시나 하며 전화를 했다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냐고 할때 마다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부동산 투기같은건 우리와는 먼 이야기고 세련돼지
못해서 아파트 생활도 못하는 나다. 작은 마당 한 귀퉁이에 내가 좋아하는 화초도 심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도 심고 눈이 내려 쌓이면 그만큼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다 보니 그분 말처럼 주변머리가
생겨날 틈이 어디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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