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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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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8:47:16, 조회 : 559, 추천 : 134 |
IMF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 실업자가 자고나면 이집저집 생겨나던때
난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봐도 사회로 나가
내가 할수 있는 일이란것은 아무것도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참 부끄러웠다.
그동안 얼마나 편안하게 또 남편한테만 의존하며 살아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사실로
인정되는 순간이였으니....
당장 남편의 직장이 없어진다거나 또 남편이 본의 아니게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퇴직을 하고 난후 뭘하며 소일을 하며 보내야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보게 되였다.
연어는 죽을때가 되면 다시 태여난 강으로 돌아와 마지막 사랑으로 새끼를 낳고 죽는다는데
사람도 나이가 들고 늙음이란 단어와 친숙해지는때 고향을 그리워 한다고 한다.
고향이란 사고를 지닌 인간이나 동물 들에게도 돌아가고 쉬고 싶은 안식처인가 보다.
남편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싶어했다. 다행히 부모님께 물려받은
남편명의 로 된 땅이 있어 산을 개간하기로 하고 하나씩 준비해나가기 시작 했다.
행정적인 처리부터 시작해서 나무를 베어내고 포크레인 작업까지 쉬운것은 하나도 없었다.
산에 심은 나무는 큰아이가 돐무렵 조림을 한것이라 큰아이 나이와 같아서 베어내기 아까웠지만
다랭이 논많으로는 우리가 바라는 그림이 나오지를 않아 할수 없이 개간 신청을하였다.
나무베어내는 일을 업자에게 맡기려고 하니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기계톱을 사서
남편이 베고 시아버님과 큰아이와 나 셋이는 베어낸 나무를 알맞게 자르고 다듬는일을 일주일
이상을 하였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일을 겁도 없이 덤벼들어 일을 벌여논 터라 뒤로 주저 앉는 일
같은건 생각조차 할수가 없었다.
12월에 나무 베어낸 자리를 그 이듬해 구월무렵 포크레인 작업을 하고 맨 윗쪽으로는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과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을 받을수 있는 연못을 덤으로 만들고 보니
꿈이 절반은 이루어 진듯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즐거워 졌다.
다음해는 나무를 사다심었다. 유실수를 비롯해서 수종만 10여종 심었지만 개간한 땅이라 돌도
많고 또 척박해서 그런지 다른곳에 심은 나무보다 성장이 많이 차이가 났다.
또 작업을 할때 약간 언덕진 모습 그대로 했더니 비만 오면 흙이 아래로 다 씻겨 내려가
앙상한 뼈만 남은것 처럼 돌만 남아 가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난해 가을 다시 흙을 받아서
복토를 하고 나무를 옯겨 심고 언덕졌던 곳을 계단을 두개 두어 밭을 만들고 나무를 옯겨 심었다.
가을에 옮겨심어서 나무가 죽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죽은나무 없이 모두 살아서
얼마나 기쁘던지....
올해는 반송을 500주 심고 밭둑에 철죽을 50여주 심고 잔디 30평사다가 밭둑과 작은 잔디밭만들
곳에 심고 하였다. 큰길와 접해있어서 지나가는 차들이 심심하지 않게 들어오고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해져서 부득이 입구에 팬스를 치고 대문을 해서 달았다. 주말마다 남편과가서 하루나 이틀을
그곳에서 돌도 고르고 나무가지도 쳐주고 하다보면 산새들이 노래를 불러주고 앞.뒤로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에선 솔바람 물결소리가 마음을 씻겨주어 몸은 힘들어도 즐겁다.
주말만 되면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을 하나씩 옯겨놓고 비숫하게나마 그려진 풍경을 보는 재미로 안가면 궁금해지는 궁금증병이 생기기도 하였다. 여럿이 둘러 앉아 차도 마시고 소풍나온 날처럼
도시락 펼쳐 놓고 먹을수 있는 하얀원탁을 다음주엔 남편과 같이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벗꽃이 피여
깊은골 통신전하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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