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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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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8:40:43, 조회 : 888, 추천 : 124 |
너무 약하게 생겨서 아무것도 못할것 같은데 우리집에 와서 살수 있겠니?
하시며 묻는 첫인상부터 그리후한 점수를 받지못한것이 시어머님과나의 첫 대면이였다.
나또한 작은체구에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나의 어머니와는 너무 대조적이라 어떻게 처신을
해야 시어른 눈에 들것인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안할수가 없었다.
시어머님은 내가 당신의 며느리로 모자람이 많아서 훗날 내가 고부수첩이란 글을 쓸수 있도록
선경지명을 하셨는지 신혼시절 시댁에 잠간 사는동안 참 많은 기억을 남겨주셨다.
결혼전에는 올케와 언니가 내위로 있으니 부엌일이나 집안일은 내가 신경을 안써도 되었기에
김치를 담근다거니 밥하는요령같은건 자연스럽게나와는 상관없는일처럼 여겨져 관심같은건 아예갖지도 않았다.
시댁은 시골이라 이른아침부터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지내도 집안일은
표시도 않나며 힘만들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한일이 없는것 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풋내기가 시집이라고 와서 하는일이 오죽했을까.
서로다른 환경에서 이십년이 넘게 살다가 한집에 살며 격는일이 어디한두가지뿐일까.
편견과 오해가 클수록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것도
지금에서야 깨우쳤는데, 지금도 잊혀지지않는 일중에 몇가지 기억은 안개등같이 내기억 한쪽에 불을 켜놓았다.
모내기철이면 일꾼들 새참내가는 막걸리를 걸러놓고 술이 독한가 맛보라며 바가지로 한모금떠서 어머님과 조금씩
홀짝거리다 맛 뵈기술에 취해 얼굴이 천도복숭아 빛이 되어 마주보고 웃던일 .
아버님 몰래 스텐그릇 사놓고 찬광깊숙이 감춰두고 꺼내쓰지도 못하던일.
구불구불한 들기을 따라 들밥을 이고 가노라면 마음이 더 급해 굽은허리 땅 닿도록 굽히시며 달려오실때
콧잔등이 시큰거려오던일.
어머니는 말씀이 많은 편이시다. 물론 지금도 그러시지만 . 난 가급적 동조를 한다거나 이러니저러니 하는
민사재판은 안하는 편이라 어머님 혼자 말씀하시고 결론까지 다 마무리 지으시니 어느땐 내가 우스개 소리로
말씀하시고 싶어서 어떻게 주무시냐고 물으시면 내가 그렇게 말이 많니? 하시며 웃으신다.
어쩌다 당신아들 흉이라도 볼라치면 정색을 하시며 아들두둔하시기에 바쁘신 어머님. 그런 당신은
아버님 흉도 가끔씩 보시면서도....
내가 섭섭함을 느꼈던 순간같이 어머님도 나한테 섭섭한 순간이 얼마나 많으셨을가 하며 하나씩 되짚어보니
날 깨우치기위한 울림이였다는 생각으로 바뀌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너무나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그 깨우침을 아는데 걸린시간이 나도 어머님이 날 처음맞이하시던 때처럼 그런 세월을 안고있었다.
지난해 여름 큰아이가 사귀는 여자친구를 인사시키고 싶다며 언제오는것이 좋겠냐 하기에 휴일날 데려오라며
흔쾌히 허락을 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시댁에 가던날이 떠오르며 아릿한 멀미 같은걸 느꼈다.
추운겨울날 바람이 너무차가워 볼이 얼얼하고 삭막한 겨울풍경을 유감없이 보여주던날이 떠올라 우리집에
처음오는 S를 어떻게 맞이할까 생각하다 장미꽃으로 하트모양을 한 꽃바구니와 비싸지 않은 작은선물을 마련해
놓고 기다렸다.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가만히 살펴보니 우선은 구김살없이 밝고 명랑해서맘에들엇다. 돌아가는 S한테 꽃바구니와 선물을
주었더니 상상도 못했다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내게도 딸이 있어 어느댁에 인사를 갔을때 그댁어른께서 내가 했던것 처럼 했다면 나도 더불어 기분이 좋을거란
생각을 해봤다. S가 우리와 인연이 닿아 가족이 된다면 고부수첩엔 이쁜기억만 간직하길바램하면서....
세월이 흐른만큼 섭섭함도 희미해져가고 이제는 이쁜추억하나씩 보태어 다시쓰는 고부수첩이 되었다.
어머님 당신은 우리가족의 언덕이시며 아범이 언제고 달려가 목마를때 마실수 있는 강물이 흐르고 계십니다.
그리고 내가 태여나 두번째로 어머님이라 부를수 있는 분이십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곁에 계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어머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03년 11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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